대표칼럼

변호사를 '산다'는 말

  • 2019-08-29 22:12:00
  • hit169
  • vote1


민사조정 자리.

조정실은 매우 좁은 반면, 감정과 갈등이 최고조로 교차하는 곳이다.

또한 극적으로 화해하고 웃으며 떠나는 곳이기도 하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재판보다 부담스럽고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는 절차다.

당사자가 치열하게 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쏟아낸다.

그러다보니 정제되지 않은 말이 난무하기도 한다.

우리 의뢰인이 무심코 "내가 변호사까지 샀는데 그 비용은 물어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갑자기 조정위원이 얼굴이 붉어지며 우리 의뢰인을 지적하고 나섰다.

"변호사님을 샀다는 표현은 잘못 되었다. 변호사님에 대해 예의가 아니다. 실수하셨다"

우리 의뢰인은 황급히 사과하였다.

나는 변호사를 '산다'는 말을 싫어하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변호'사'로 끝나는 말의 음율로 인해 변호'사' '선'임보다 변호'사''산'다는 발음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그리고 변호사 선임의 본질은 변호사의 '시간'을 사는 행위이다.

변호사의 시간은 비싸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쉽게 팔지도 않는다. 어렵게 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사는건 사는거다.

변호사를 산다는 말에 예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내가 불쾌한건, 조정위원의 우리 의뢰인에 대한 태도이다.

민간인인 조정위원은 자신이 맡은 조정업무만 담당하면 된다.

우리 의뢰인이 어떠한 잘못을 하든, 그것에 대한 관리는 변호사인 내가 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수임의 범위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한다. 만약 의뢰인이 신뢰를 훼손할 정도의 실수를 하면 사임하면 그만이다. 변호사는 민법상 위임규정에 따라 언제든 사임할 수 있다. 

내가 문제삼지 않는데도 조정위원이 내 의뢰인을 훈계하는 것은 변호사인 나를 모독하는 것이다.

내 불쾌함의 정체는,

"어디 감히 내 의뢰인에 대해 조정위원이 훈계질인가?" 하는 것이다.

그 조정위원은 변호사인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더 현명했다면, 내 의뢰인을 존중하는 것이 나를 위한 것임을 알았어야 한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